오강돈의 중국 마케팅 (102) 중국 소비자가 말하는 오니쨩과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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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0-08-21 18:06|본문
중국, 한류 문화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산업 글로벌화 영향 받아
‘오우바(欧巴∙오빠)’, ‘오우니(欧尼∙언니)’, ‘아쟈시(阿加西∙아저씨)’ 쓰여
‘말'은 사회와 사람들의 생각을 반영한다. 그리고 ‘말’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이와 관련하여, 현대 중국의 소비자와 시장이 일본어에서 비롯된 어휘를 갖다 쓰거나 만든 사례들을 종종 찾을 수 있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일본이 중국시장에 가장 빨리 들어갔고, 일본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 문화를 접한 중국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 중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쪽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서로 가깝게 바라보고(隔海相望∙격해 상망)’ 있는 이웃이지만, 일본은 항상 중국을 ‘노리고 넘겨다 보았다(觊觎∙기유)’는 것이다. 중국의 미디어를 보면 일본 제국주의 침략 내용의 영화나 연속극이 자주 나온다. 경제적으로 서로 의미있는 상대방이지만, 역사 관점에서는 난제가 많다.
그리고 알다시피 중국인들의 ‘말’을 표기하는 한자(汉字)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일본에 대하여서는, 일본인들 스스로 한자만을 사용하여 기록한 것은 ‘참글자∙참이름(진자∙真字∙진명∙真名∙まな∙마나)’이라고 했고, 한자 이외에 다른 표기 문자를 만든 것은 ‘가짜글자∙가짜이름(가명∙假名∙かな∙가나)’이라고 한 점을 중국인들은 자주 인용한다. 일본의 가나 중에서 가타카나(片かな)는 한자의 일부를, 그리고 히라가나(平がな)는 한자 중에서 초서체의 일부를 따서 만들었다는 것도 중국인들은 강조한다.
한편 이러한 경향성은 한국의 한글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에서도 나타난다. 한글 창제 당시 조선의 일부 학자나 일반인들이 한글을 ‘언문(谚文∙상스러운 글)’ 또는 ‘암글(여성들이 쓰는 글)’이라고 했다는 것을 들어, 아직도 중국의 일부 학자나 일반인들이 한글을 ‘언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현대 중국의 소비자와 시장이 일본어에서 비롯된 어휘를 갖다 쓰거나 만든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젊은 연령대의 인터넷 유행어와 신조어 등에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어 ‘오우니쟝(欧尼酱)’은 일본어의 ‘오니쨩(お兄ちゃん∙오빠)’을 중국 젊은 층이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보고 쓰기 시작한 말이다. 중국어 ‘오우바상(欧巴桑)’은 일본어의 ‘오바상(おばさん∙아줌마)’에서 온 단어인데,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에 등장한다.
중국어 ‘오우지상(欧吉桑)’은 일본어의 ‘오지상(おじさん∙아저씨)’으로부터 만들어진 단어이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오우지상의 특징’을 몇가지 들어서 희화화한다. 예를 들어 오우지상들은 유행을 모르고, 젊은 여자를 좋아하고, 쓸데 없는 소리를 자주 한다는 등이다.
중국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은 일본어를 제2외국어로 많이 선택했다.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动漫∙동만)과 캐릭터를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제법 있다는 것이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한류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선택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그렇지만 중국인들이 한국과 일본의 대중문화를 통칭할 때는 습관적으로 ‘일한(日韩)’이라고 말하고 표기하므로 대개 일본이 한국보다 앞에 있다.
한류 문화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글로벌화는 시장 확장의 의미에서 대단한 돌파구이다. 한국의 드라마, 영화와 보이∙걸그룹을 좋아하고 따르는 중국의 소비자층이 매우 두터워졌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오우니쟝(欧尼酱∙오빠)’보다 ‘오우바(欧巴∙오빠)’를 더 기억하게 되었다. 처음에 ‘오우바'는 한류 연예인 남성이었는데 나중에는 ‘오우바’가 한국인 남성의 대명사가 되었다. ‘오우바’와 연결해서 새로 만들어진 어휘도 있다. 예를 들어 ‘롱다리 오빠(长腿欧巴∙장퇴 오우바)’같은 말이다.
경제와 무역의 글로벌 공급망과 가치사슬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중국에 대해 주로 중간재를 수출하는데 강점이 있었고,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소비재 시장 구축은 일본, 미국, 유럽 기업처럼 체계적으로 하지 못했다. 거대한 소비시장 중국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중국 소비자를 내수시장 분석하듯이 알아야 할 일이고, 그런 의미에서 소비자와 시장이 쓰는 ‘말’ 문화의 변화는 당연히 시사점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과 본토 기업들은 ‘말’ 문화를 중국 마케팅에 이용한다.
한류 문화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글로벌화는 시장 확장의 의미에서 대단한 돌파구이다. 한국의 드라마, 영화와 보이∙걸그룹을 좋아하고 따르는 중국의 소비자층이 매우 두터워졌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오우니쟝(欧尼酱∙오빠)’보다 ‘오우바(欧巴∙오빠)’를 더 기억하게 되었다. 중국어 단어 꺼거(哥哥∙오빠)가 들어갈 자리에조차 ‘오우바’를 쓴다. 처음에 ‘오우바'는 ‘한류 연예인 남성’이었는데 나중에는 ‘오우바’가 ‘한국인 남성’의 대명사가 되었다. ‘오우바’와 연결해서 새로 만들어진 어휘도 있다. 예를 들어 ‘롱다리 오빠(长腿欧巴∙장퇴 오우바)’같은 말이다. 참고로 ‘오우바(欧巴)’는 악기 이름 ‘오보에’의 중국어 표기와 발음이기도 하다.
중국어 ‘오우니(欧尼)’는 한국어 ‘언니’를 독음한 것이다. 일본어에서 온 ‘오우니쟝(欧尼酱∙오빠)’과 표기와 발음이 같다. 중국어 ‘아쟈시(阿加西)’는 한국어 ‘아저씨’를 독음한 것이다. 참고로 ‘아쟈시(阿加西)’는 유명 테니스 선수 이름 ‘아가시’의 중국어 표기와 발음이기도 하다.
‘스미다(思密达)’는 중국인들이 한국어 발음 ‘~습니다’를 얼핏 흉내낼 때 중국어 문장 뒤에 붙여 쓰는 말이다. ‘스미다’가 포함된 간판을 중국의 길거리에서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국에서 ‘국민 여동생(国民妹妹∙국민 매매)’, ‘국민 남편(国民老公∙국민 노공)’처럼 ‘국민’을 앞에 붙여 인기인 대상을 규정하는 용법도 일반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한국 문화에서 적지않게 영향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알다시피 중화인민공화국에서는 ‘인민’이 일반적인 표현이고, ‘국민’이라고 하면 장개석의 국민당이나 대만의 국민당이 연상되는 부정적인 단어이다. 그런데 인터넷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표현이 생겨났다. ‘C자리(C位∙C위)’라는 말 역시 한류 보이∙걸그룹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센터 자리’라는 뜻이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집단내 중요 인물’의 의미로 사용된다.
한편 ‘스미다(思密达)’는 중국인들이 한국어 발음 ‘~습니다’를 얼핏 흉내낼 때 중국어 문장 뒤에 붙여 쓰는 말이다. ‘셰셰(谢谢)스미다(思密达)’처럼 말이다. 이 경우에는 앞서 예를 든 ‘오우바’, ‘오우니’ 같은 용례와는 다르게, 긍정적인 표현, 부정적인 표현, 그리고 중립적인 표현이 모두 될 수 있다. 마치 일부 한국인들이 일본인들의 일본어 발음을 흉내내어 한국어 문장 뒤에 ‘~스무니다’, ‘~데스’를 붙이거나, 중국인들의 중국어 발음을 흉내내어 한국어 문장 뒤에 ‘~해' 등을 붙여 쓴 것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 필자 오강돈은...
《중국시장과 소비자》(쌤앤파커스, 2013) 저자. (주)제일기획에 입사하여 하이트맥주∙GM∙CJ의 국내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등 다수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후 디자인기업∙IT투자기업 경영을 거쳐 제일기획에 재입사하여 삼성휴대폰 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프로젝트 등을 집행했고, 상하이∙키예프 법인장을 지냈다. 화장품기업의 중국 생산 거점을 만들고 사업을 총괄했다. 한중마케팅(주)를 창립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졸업, 노스웨스턴대 연수, 상하이외대 매체전파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