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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인의 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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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2-07-2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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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군과 허준이 교수가 연일 화제다. 젊은 나이에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받아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 외에도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임윤찬과 허준이는 말을 잘한다. 달변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어눌함에 가까운 느릿느릿한 말투지만 말의 무게와 깊이가 남다르다. 

임윤찬 군의 ‘초절기교’

임윤찬 군이 땀에 젖은 검은 곱슬머리를 흔들며 리스트의 초절기교를 악보도 없이 한 시간 넘게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서 ‘피아노계의 BTS’가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그에게 반한 것은 “어려운 테크닉을 넘어서 음악으로 되돌아오는 순간이 초절기교”라는 말을 했을 때였다. 게다가 그에게 가장 음악적인 영감을 주는 인물이 가야의 우륵이라니! 그가 단테 소나타를 연주하기 위해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단테의 신곡을 사서 외우다시피 읽었다고 하자 그 책이 불티나게 팔리며 ‘단테 신드롬’까지 만들어내고 있다고 한다.  


임윤찬 군_ 2022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허준이 교수의 ‘시’의 정의

시인이 되고 싶어 학교를 중퇴했다는 허준이 교수에게 수학은 과학이 아니라 예술로 분류된다. 과학은 실험을 통해 결과를 만들지만, 수학은 상상력과 직관과 영감을 통해 패턴을 발견하기 때문이란다. “어떤 키워드나 패턴의 잔상만을 보여주고 그러한 데이터가 우리 마음 속에 들어왔을 때 개인이 쌓아온 경험이나 감정과 상호작용하면서 아주 작은 종류의 인풋데이터로 깊은 종류의 감정을 의도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그는 시를 정의한다. 


허준이 교수_ 한국계 수학자로 첫 필즈상 수상

자기의 언어 ‘내공’과 ‘사색’의 힘

결코 간단치 않은 개념을 이토록 힘 안 들이고 툭툭 이야기할 수 있다니! 수줍은 듯 띄엄띄엄 진심을 담아 말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마치 시처럼 들린다. 그것은 아마도 반복적인 훈련의 지난한 과정을 인내하고 승화시켜온 내공과 사색의 힘이 아닐까. 그동안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연주자는 많이 있었지만, 이들이 이토록 계속 회자되는 것은 그들이 자기 언어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의 언어란 무엇일까? 그것은 일종의 ‘시’ 같은 것이다. 

고유한 감수성으로 빚어진 자기 언어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의 나에게 있어 시란 억지로 꿰맞춘 반복적 운율이거나 너무나 사변적이고 치기어린 관념의 유희였다. 그러다가 대학에서 만난 시들은 선혈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나는 도무지 시와 친해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난 나이를 먹었다. 내가 시를 배운 것은 아이들을 통해서였다. 아이들이 자신의 온 존재를 통해 마주친 것들에 대해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면 그것은 시가 되었다. 시가 가진 모호함과 주관성, 그 중의성 혹은 다의성이 불편했는데, 어느 순간 어떤 명확한 기호보다도 더욱 분명하게 직관적으로 이해될 때가 있다는 것을 나이 들면서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언어라는 인류의 공동자산을 공유하고 있지만 각자가 맞닥뜨린 언어는 다른 냄새와 온도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같은 재료를 가지고 같은 종류의 음식을 만들어도 제각기 맛이 달라지는 것처럼, 자기만의 고유한 감수성으로 빚어진 언어는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그것이 어떤 보편성과 만날 때 생기는 통찰은 공감과 감동을 선사해준다. 

자기존재를 자기답게 드러내는 것

그런 의미에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소심한 주인공 토드에게 휘트먼의 시를 알려주는 대목은 시가 무엇인지 잘 말해주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I sound my barbaric YAWP over the rooftops of the world.”

세상의 지붕 꼭대기에서 “얍!”이라고 외치는 것. 그리하여 자기 존재를 자기답게 드러내는 것. 그것이 시가 아니고 무엇이랴! 우리는 저마다의 삶을 통해 자신만의 시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음악과 수학 ‘소통을 위해서’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걸으며 자기 내면에 집중했던 그들이지만 공교롭게도 이들의 결론은 같다. 바로 ‘소통’이다. 

“내가 피아노 잘 치려고 시작한 건데 뭐 하러 관객과 소통을 하냐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근본적으로 더 들어가 보니까 해답을 찾았고, 결국은 음악을 하는 이유는 어떤 슬픔과 기쁨과 그 다음에 소통을 하기 위해서고….”

“패턴을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수학과 시는 본질적으로 같지만, 수학은 의미가 형성되는 과정이 개인의 내부가 아니라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이성의 공간에서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수학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사람이 함께 참여해서 의미 형성에 관여하고 함께 즐길 수 있으니까.”

남다른 자기만의 언어. 깊은 울림과 소통. 그 함축과 통찰이 가능하려면 남다른 공부와 훈련 역시 필요하다는 것도 잊지는 말자. 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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