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망종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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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19-05-14 08:26|본문
인간망종이란?■
이생(李生)은 어릴적에 이미 사서삼경을
독파하였고 군자의 도리를 배우고 익혔다.
같은 또래들이 몰려다니면서 술에 취해보거나
창녀를 끌어안고 총각딱지를 떼기도 하였으나
그는 추호도 그런 일엔 관심이 없었고,
오로지 학문의 길에 매진하였다.
이생은 전라도의 지방시인 초시에
일찌기 합격하고 진사과를 통과하더니
대과급제를 위해서 한양으로 유학길에 올랐다.
그는 한양에 올라와 주소를 들고
물어물어 장동 환공댁을 찾아갔다.
환공은 이생에게는 외가쪽 사촌형이었으며
궁궐 출입을 하는 환관, 말하자면 내시다.
환공은 어린시절은 불운했으나,
스스로 절제하며 자신의 길을 개척했다.
행동거지와 언사가 묵직하며 매사가
어긋남이 없이 충직했기 때문에 상감마마도
그에게는 사사로운 고민을 털어 놓기까지 할
정도로 대왕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중신들도 내관인 그를 어려워하였으며
저택으로는 선물이 끊임없이 들어왔으나
절도있는 생활은 변함이 없었다.
환공은 나이 40이 되기전에
재산을 모아 번듯한 열두칸 기와집에 기품있는
젊은 부인도 두고 있었다.
자신의 위치에서 이룰 것은 모두 이룬 것이다.
이젠 고종 사촌동생, 이생을 돌보면서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낙이었다.
귀한 책은 값을 묻지도 않고 수소문해서
모두 마련해주었다
이생은 환공 집 별당에 공부방을 마련하고
내년 봄 과거를 보기 위해 밤낮으로 공부했다.
하지만 고맙고 미안한 마음때문에 글 읽는 틈틈이 마당도 쓸고 장작을 부엌에 쌓아주기도 하고
우물에서 물도 길어줬다.
어느날!
동짓달 긴긴밤에 글을 읽다보면
환공의 부인인 형수가 감주에 인절미를 싸들고 와
문을 두드렸다.
호롱불빛에 얼핏 비치는 형수의 얼굴엔
잔잔한 미소가 보일 듯 말 듯 말없이
밤참만 들여놓고 뒤돌아 안채로 갔다.
아주머니는 도대체 말이 없었고
언제나 온화한 얼굴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수심이 떠나지를 않았다.
첫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어느 날 밤,
별당에서 글을 읽다 말고 이생은 귀를 세웠다.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문을 두드리지 않고 한참 침묵이 흘렀다.
문풍지 틈으로 종이 한장이 슬며시 들어오고
발자국 소리는 멀어져 갔다.
이생은 반쯤 들어오다 만 종이를 뽑아들고
호롱불 곁으로 갔다.
“나이 30이 가깝도록 음양의 이치를 몰라
이것을 한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오늘밤 마침 집이 조용하오니 안채로 와
소인의 한을 풀어주시기 간절히 바랍니다.
부끄럽고 염치없음은 어둠에 덮어버리겠습니다.”
이생은 얼어붙어버렸다.
그는 안채에 가지 않았다.
새벽녘에 소피를 보러 나왔다가
안채에서 환공형의 부인이 흐느껴 우는소리를 들었다.
날이 밝았다.
함박눈이 소복히 쌓인 눈을 밟으며
임금의 병상 옆에서 밤을 새운 환공이 가마에
몸을 실고 집으로 돌아왔다.
환공이 아침상을 물리고 사랑방에서 잠깐
눈을 붙이려 할 때 이생이 들어갔다.
그는 지난밤 환공부인이 몰래 문틈으로 넣어준
편지를 보여줬다.
그날 밤, 환공부인은 대들보에 목을 매어
이승을 하직했다.
초상은 너무도 간단히 치뤄젔다
환공은 이생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마
충혈된 눈으로 그를 노려보듯 하였다
벽에 걸린 그림속의 아내모습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슬퍼 할 뿐이었다.
이생은 자신이 여색에 흔들리지 않고
군자의 도리를 지켰는데
왜, 죄인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더이상 이곳에 머물수도 없는 분위기였다.
이생은 환공의 집을 나와
낙향길에 오르다가 날이 저물어 주막집에 묵었다.
객채 넓은 방은 장작불로 뜨끈하게 뎁혀지고
갈길 바쁜 길손들도 함께 둘러앉아
서로가 새로운 만남을 기뻐하면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다.
술 한잔이 돌아간 후 이런저런 살아온 얘기들을 털어놓는데 이생은 한양에서 공부하다가
낙향하게 된 사연을 들려주었다.
여색의 유혹에 흔들리지않고
군자로써 처신하였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어느순간
주막이 정적에 휩싸였다
그러다가~
늙은 떠돌이 중이 벌떡일어나더니
“안 갔으면 그만이지
환공인가 고자인가 그놈한테
편지를 보일 건 뭔가~? !”
스님이 큰 목탁으로 이생의 머리를 후려쳤다.
“인간망종이네!” “이런 놈하고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지!”
뒤따라서
보부상·소금장수·노름꾼·소장수가 달려들어
이생을 발로 짓밟았다.
"도대체 공자왈 맹자왈 하면서
유학을 숭상한다는 놈들이
남의 허물을 감춰주는 아량이
그렇게도 없단 말인가?"
그놈의 책들은 도대체 무슨 가르침을
준단 말인가?
결국
이생은 맞아 죽었다.
“이런 놈은 죽어도 싸네.” 주모가 중얼거리며
밧줄을 가지고 왔다.
죽은 이생은 돌을 단 밧줄에 묶여 주막 옆 나루터 강물에 수장되었다.
이윽고
날은 밝아왔고
밤새워 내리는 눈은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렸고
아무일도 없는 듯이 모두가 떠나갔다.
그들의 발자국 조차 남김없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