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외 1편 김정권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9-05-03 04:11|본문
상처 외 1편
중국 동포 김정권
해빛은 상처다
어떤 몸이 갈려서
부서지는 상처다
저것은 령혼의 다비식,
광년의 아픔이 번뜩이는 불빛,
저 울음소리 누가 듣는가
저기에는 호곡号哭이 없다
저것을 보는
우리의 눈이 부시는 것은
그 아픔을
오래 보지 말라는 뜻,
억겁의 아픔이 있다는 건
아직 념念이 살아있다는 것,
저 볕살 떨어지는 소릴
우린 듣지 말자
에덴의 향기로 귀를 틀어막자!
병아리는
저 상처를 먹으며 살질제
꽃은
저 상처를 발라 얼굴을 만들 터,
이제 저 상처를 우리가 보듬자!
아니! 저 상처에 우리가 감기자!
상처에 피와 같이 엉켜붙은
하얀 붕대처럼 감겨서
그 상처를 걸러내서
우리가 아프자!
같이 아프자!
저 금빛 상처에 우리가 아프자!
욕창褥疮
나는 전신을 못 쓴다
움직이는 건 겨우
시뿌연 눈길 뿐이다
나는 오늘도 너희들을 헨다
하나, 둘, 셋, 넷…
그렇게 옆구리 한켠을 보며 나를
파먹는 너희들의 노래를 듣는다
그래, 많이 먹어라
파먹으면 언젠가는 등창 나겠은즉
그 구멍에 망원경을 대고
하늘을 파먹는 어둠을 보아라
그리고 크게 트림을 하거라
그 다음 내 가슴에 기발을 꽂아라
설령 뼈만 남아 꽂을 곳 없다면
내 갈비살 사이에 깊숙이 꽂아라
꽂은 다음 넘어지지 않게
번개줄로 꽈악 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