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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참회록 懺悔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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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19-05-0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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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록 懺悔錄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滿) 이십사 년 일 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 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1948년 1월 30일, 정음사(正音社)에서 간행한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들어 있는 작품이다. 시인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식민지 피지배 현실과 내면 세계 사이에서 심각하게 괴로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윤리적인 자기 완성을 꿈꾸며 한 점의 욕됨조차 용납하지 않으려는 시인의 자기 성찰이 잘 드러나 있는 시이다.

 

모두 5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연에서는 퇴색한 역사의 유물인 ‘녹이 낀 구리 거울’에 욕된 자아인 ‘내 얼굴’을 투영시키면서 부끄러운 자아 또는 망국민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다. 2연에서는 24년 1개월 동안 살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참회를 보여주고, 3연에서는 미래의 즐거운 날(광복 이후)에 지난날 왜 그런 욕된 고백을 했는지에 대해 스스로를 질책하는 내용을 통해 식민지 현실에서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다. 이어 4연에서는 2연과 3연의 욕된 자아를 몰아내기 위한 끊임없는 자아 성찰과 뼈아픈 노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마지막 5연에서는 암담한 시대 상황 속에 처해 있는 시인 자신의 슬픈 현실을 다시 한번 환기하고, 어둠 속에서도 책임감을 가지고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인의 시대적 양심을 보여준다.

 

읽는 이에 따라 ‘역사 속의 자신에 대한 반성과 참회’, ‘역사에 대한 책임감과 반성’, ‘자신의 부끄러운 삶에 대한 참회와 조국 광복에 대한 염원’ 등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식민지 피지배 현실이라는 역사적인 큰 틀 속에서 스스로를 응시하면서 시대와 역사 앞에서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자 했던 시인의 내면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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