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권위 ‘루쉰문학상’을 품은 56세 배달 라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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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6-08-22 17:30|본문
중국 최고 권위 ‘루쉰문학상’을 품은 56세 배달 라이더 김하연 학생기자 (저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 2026년 08월 14일 0[사진= 왕지빙(王计兵) 작가와 주요 시집(출처: 바이두)]중국의 58세 배달 라이더 왕지빙(王计兵)이 시집 <저공비행(低处飞行)>으로 중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루쉰문학상(鲁迅文学奖)을 수상했다. 배달 일을 하며 기록한 시로 수상한 사례라는 점에서 중국 문단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중국작가협회는 지난달 15일 제9회 루쉰문학상 시 부문 수상작으로 왕지빙의 시집 <저공비행>을 선정했다. 루쉰문학상은 ‘중국 현대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루쉰(鲁迅)의 이름을 따 제정된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소설·시·산문·문학평론 등 여러 부문에서 우수 작품을 선정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옌(莫言)과 <허삼관매혈기(许三观卖血记)>의 작가 위화(余华) 등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수상한 바 있다.
영수증 뒷면에 기록한 도시 노동자의 삶
왕지빙의 문학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장쑤성 출신인 그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중학교를 중퇴한 뒤 생계를 위해 건설 현장 노동자, 모래 준설선 선원, 폐품 수집상, 노점상 등 다양한 일을 경험했다. 여러 직업을 전전했던 시간은 훗날 그의 작품 세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
2019년 배달 라이더로 일하기 시작한 이후 그의 창작은 더욱 현장과 밀접해졌다. 그는 도시의 골목을 오가며 만난 사람들의 모습을 기록했고, 배달 신호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이나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춰 선 순간을 창작 시간으로 활용했다. 영수증 뒷면이나 담배갑에 떠오른 문장을 적었고, 손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휴대전화 음성메모를 이용해 시의 소재를 남겼다. 그에게 배달 현장은 단순한 생계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관찰하는 장소였다.
‘시간을 쫓는 사람(赶时间的人)’이 만든 배달 시인의 탄생
왕지빙이 대중에게 알려진 계기는 2022년 발표한 시 <시간을 쫓는 사람(赶时间的人)>이었다. 이 작품은 고객이 주소를 잘못 입력해 몇 시간 동안 길을 헤맨 실제 경험에서 출발했다. 그는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해야 하는 압박과 플랫폼과 고객 사이에서 느끼는 긴장감, 끊임없이 시간을 쫓으며 움직여야 하는 배달 노동자의 현실을 작품에 담아냈다.
작품은 웨이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조회수 1,300만 회를 넘겼고, 이후 왕지빙은 ‘배달 시인(外卖诗人)’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2023년 첫 시집을 출간한 이후 그는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명의 배달원이 함께 만든 ‘저공비행(低处飞行)’
루쉰문학상 수상작인 <저공비행>은 왕지빙 개인의 경험을 넘어 중국 도시 노동자의 현실을 기록한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만으로는 배달 노동의 현실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동료들의 이야기를 직접 수집하기 시작했다.
왕지빙은 배달원 140명을 직접 인터뷰하고, 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다양한 노동자의 경험을 작품에 담았다. 배달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책임, 미래에 대한 고민, 반복되는 노동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이유 등 개인적인 이야기를 기록했다. 그는 배달원들이 주로 모이는 쇼핑몰 후문과 대기 장소를 찾아가 직접 이야기를 들었고, 참여자들에게는 사비로 사례비를 지급하기도 했다.
루쉰문학상 심사위원단은 “간결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언어로 배달 노동자들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평범한 삶 속에서 발견되는 회복력과 희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노동 현장에서 확장되는 중국 문학의 새로운 흐름
루쉰문학상 수상 이후 왕지빙을 둘러싼 관심은 크게 증가했지만, 동시에 온라인에서는 그의 작품을 둘러싼 문학성 논쟁도 이어졌다. 일부에서는 그의 시가 기록문학이나 생활 수기에 가깝다는 의견을 제기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 현장의 언어와 경험을 문학의 중심으로 가져왔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왕지빙은 인터뷰에서 “현장을 떠나면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배달 일을 병행하며 창작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수상은 최근 중국 문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노동 현장 기반 글쓰기의 흐름과도 연결된다. 베이징 택배기사 출신 후안옌(胡安焉)의 회고록 <나는 베이징에서 택배를 배달한다(我在北京送快递)>와 이주 노동자 출신 작가 판위쑤(范雨素)의 자전적 수필 등은 노동자의 경험이 문학적 기록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는 현재까지 여섯 권의 시집과 비문학 작품을 출간한 왕지빙은 산문집과 장편소설 집필도 준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