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쳐보는 재미, 하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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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1-03-03 10:09|본문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인천공항에 알몸 투시기를 설치했다. 인권위원회는 알몸 투시기가 여성의 유방이나 남성 성기 형태를 그대로 드러낼 뿐 아니라, 투과 정도에 따라 성형보형물과 보철물도 드러낼 수 있어 사생활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명백하다며 설치를 반대했지만 결국 설치됐다.
누구나 남의 은밀한 것을 보고 싶어하는 응큼함을 갖고 있다. 소싯적 여자아이들 치마를 들추던 아이스케키, 화장실 벽 뚫린 구멍으로 윙크하기, 처녀선생님 치마 속 보려고 바닥에 거울 대기, 여학생 교복 속에 비친 브래지어 끈 보기 등을 하며 야릇한 기분을 느낀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풍속화에도 냇가에서 목욕하던 여인네를 훔쳐보는 장난기 어린 남정네가 있으니, 옛날이나 지금이나 몰래보는 재미는 재미 중에 재미가 틀림없다. 게다가 덥다고 핑계 대며 쭉쭉 빵빵인 여성들이 훌러덩 벗어준다. 가슴이 움푹 파인 상의 사이로 살짝 드러난 계곡이나 미니스커트 밑으로 시원하게 뻗어 있는 다리를 감상하는 것이 큰 흠이 되겠는가.
드러낸 것 보는 것이야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마는 너무 ‘노골’ 버전으로 보거나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감춰진 것마저 보려고 하면 문제가 커진다.
더 큰 문제는 포르노를 통한 관음증이다. 포르노는 대개 전문배우들에 의해 제작되기 때문에 심벌의 크기, 성교 시간, 테크닉 등에서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대개의 남성들은 이를 보고 주눅이 든다.
11세기 영국 코번트리 지방의 영주였던 레오프릭의 부인 고디바가 주민들의 과중한 세금을 감면해줄 것을 남편에게 요구하자 영주가 아내에게 벌거벗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고디바가 이것을 받아들여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말을 타고 성안 한 바퀴를 돌았고, 주민들은 그녀의 알몸을 절대 보지 말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딱 한 명, 톰이 이를 어기고 몰래 보다 눈이 멀게 됐다는 일화가 있다. 이후로 남몰래 엿보는 사람을 피핑톰(peeping tom)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사실 톰 정도의 호기심은 누구나 가질 법한 일이다. 다만 이성적으로 그런 욕망들이 잘 억제되고 감춰져 있을 뿐, 맘에 드는 여성이나 섹시한 여성의 벗은 몸을 상상하며 흥분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몰래카메라가 포르노의 주류를 이루고,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침실을 24시간 생중계하면서 섹스 장면도 여과 없이 보여주는 엿보기 사이트가 호황을 누리는 요즘이다. 이런 음란물이 제작 유통되고 인기를 얻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관음증이 널리 퍼져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관음증은 왜 생기는 걸까? 어린 시절 우연히 성적 흥분을 불러일으켰던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고 싶어하는 충동이 한 가지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스릴 있거나 불안한 상황에서만 성적 쾌감을 느끼는 증세에서 비롯된다. 관음증 환자들은 성기능상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부실한 성기능으로 정상적인 성행위에 부담을 느끼다보니 성기능의 약점이 노출되지 않는 관음증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적어도 결혼한 사람이라면 숨어 있는 성, 혼자만의 성을 함께 즐기는 성으로 바꿔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아내의 살을 부비고 보듬어 안아주는 것이 훔쳐보는 것보다 더 행복한 것이다. 남이 하는 것 골백번 보는 것보다, 내가 한 번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고장 났다고 움츠리지 말고 고칠 건 고치고 때울 건 때워서 당당하게 써먹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