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3대 비밀을 풀다] 사람은 왜 늙는가?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14-07-29 13:38|본문
[노화의 3대 비밀을 풀다] part1. 사람은 왜 늙는가?
노화의 3대 원인에서 다시 젊어지는 길을 찾다
"누구에게나 나타나고,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고, 천천히 발생되는 것이
노화다. 이는 특정인에게, 외부 요인 때문에, 갑자기 나타나는 질병과 다르다"
사람이 나이 들면서 늙는 것은 의심할 필요도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그러나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뉴튼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처럼, 과학은 항상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것을 의심하는 데서부터 비롯된다. 그런 과학자의 마음으로 인간 노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보자. 도대체 사람은 왜 늙을까? 황당한 물음이라면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가 늙기에 인간이 늙는 것도 당연하다고치자. 그런데 나무는 왜 수천 년씩 사는데, 인간 수명은 기껏해야 100세 전후일까? 성경 속 므두셀라 등 노아 대홍수 이전 인물은 800~900세까지 살았다는데, 지금의 인간 수명이 다시 그때만큼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과연 있는 것일까? 그렇게 되려면 어떤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까?
먼저 ‘늙는다(노화)’는 것은 무엇일까? 20대 청년과 90대 노인을 비교하면 노화의 의미가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학문적으로는 세포분열의 능력이 없어지고 장기나 조직의 고유 기능이 점점 감소하
고 결과적으로 죽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젊을 때는어떤 조직이나 세포에 만성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그 세포의 분열이 증가해 손상을 치유하게 되지만, 더 이상 세포분열할 여력이 없어지면 그 부위의 기능이 감퇴되어, 결국 죽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노화가 아닌 ‘질병’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질병과 노화는 또 어떻게 다를까? 사람에게 나타나는 특정 현상을 노화로 규정하려면 첫째, 그 현상이 모든 개체에 예외 없이 일반적으로 발생해야한다. 즉, 특정인에게만 생기는 현상은 노화현상이 아니고 질병이라고 해야 한다. 둘째, 인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어야 한다. 균에 감염되거나 교통사고, 독극물 오염 등과 같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것은 노화현상이 아니다.
셋째, 점진적으로 발생하고 진행하는 현상이지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나는 현상은 노화현상이 아니다. 넷째, 궁극적으로 육체적•인지적 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노화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가 노화를 거쳐 사멸에 이르게 된다. 범위를 넓혀 보면 노화와 사멸의 과정을 걷는 것은 생명체뿐이 아니다. 자동차도 오래 사용하면 곳곳에 흠집이 나고 엔진 등의 성능이 떨어져 폐차의 운명을 맞게되며, 책상도 오래되면 까이고 삐걱거리다 어느 순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노화의 ‘마모이론(Wear and TearTheory)’이다. 오래 사용하는 과정에서 물건이 마모되어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듯이 우리 몸도 살아가면서 받는 각종 손상에 의해 마모되어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모 이론만으
로는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인간의 노화양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자동차나 책상은 100의 충격을 주면 동일하게 100의손상을 받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노화를 초래하는 좀더 복잡하고 정교한 내적 원인과메카니즘이 무엇인지에 관한 연구에 집중해 왔으며, 다양한 가설과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노화 관련 이론 가운데 가장흔하게 거론되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다.
01. 프로그램 이론
노화와 수명은 유전적으로 타고 난다
사람의 형질을 결정짓는 유전자 속에 특 정인의 노화와 수명에 관한 모든 정보가 미리 입력되어 있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 어 어떤 가계(家系)는 태생적으로 비만 하기 쉽고, 혈압과 콜레스테롤이 높아 아 버지와 아들, 손자가 모두 40대에 심근 경색이 발생해서 사망한다는 ‘운명’이 미 리 유전자 속에 설계돼 있다는 이론이다. 물론 식사나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나 의학적 치료로 얼마든지 운명을 회피할 수 있지만, 그런 후천적 요인을 배제한다 면 한 사람의 노화와 수명에 관한 운명 은 미리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대로 진 행된다는 이론이다.
과학자들은 다분히 결정론적인 ‘프로 그램 이론’에 머물지 않고 한발 더 깊숙 하게 연구를 진행했다. 인간의 운명이 미 리 유전자에 입력돼 있다면 그토록 수많 은 유전자 중에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자 에 그런 운명이 입력돼 있는지 알고 싶 었던 것이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질병이 나 노화, 수명과 관련된 많은 유전자를 찾아냈고, 그 유전자의 돌연변이나 발현 정도에 따라 노화와 장수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로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노화가 급 속도로 진행되는 ‘조로증(Progeria)’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항산화효 소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면 수명이 늘 어나고, 반대로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 관련 유전자는 발현을 억제하면 수명이 연장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노화 와 장수에 관계되는 유전자의 발현 정도 를 조정하면 미리 프로그램된 운명은 어 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 네덜란드 연구진은 최근 술, 담배를 해도 므두셀라 유전자(그림)만 있으면 100세 이상 장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므두셀라는 969세까지 산 문헌 기록상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전해진다. (사진=헬스조선DB)유전자 발현이란?
‘발현(發顯)’이란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발현의 사전적 의미는 ‘속에 있거 나 숨어 있는 것이 밖으로 나타나거나 나타나게 함’이다. 유전자의 발현은 전구 의 스위치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스위 치가 꺼져 있으면(발현이 되지 않으면) 유전자의 고유 기능이 발휘되지 않지만, 어느 순간 스위치가 켜지면 마치 불이 켜지는 것처럼 그 유전자의 고유 기능이 발휘되는 것이다.
DNA 형태의 유전자가 발현하여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RNA를 통해 단백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유전자 구조(염기서열)에 돌연변이가 생기거나 그 유전자의 발현이 인위적으로 억제 또는 증폭되면 RNA를 통한 정상적인 단백질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며, 그 단백질의 기능이 변해 여러 병이 생기거나, 노화가 일어나거나 반대로 노화가 억제되는 등의 현상이 일어난다. 이처럼 유전자 발현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 한다.
▲ 생체나이는 근력을 측정해 파악할 수 있다. 노화가 시작되면 근육량이 감소하면서 근력이 줄어든다. 사진은 근력측정기를 위로 당겨 근력량을 측정하는 모습이다. 정상 수치는 120이며, 노화의 정도에 따라 근력이 약해져 수치가 줄어든다. (사진=헬스조선DB)유전자 발현 어떻게 조정하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법 중 하나는 DNA에 붙어 있는 ‘메칠기’의 양을 조절
하는 것이다. 같은 유전자라도 메칠기가 얼마나 붙어 있느냐에 따라 유전자 발현 정도가 차이 나게 된다. 또 DNA를 둘러싸고 있는 ‘히스톤’이란 단백질에 붙어 있는 ‘아세틸기’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도 있다. 아세틸기가 많아지면 히스톤 사이에 틈새가 생겨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데 필요한 인자의 DNA 접근이 가능해져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게 된다.
유전자 발현은 우리가 먹는 음식, 약물, 주위 환경 물질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메칠기의 주된 재료는 우리가 먹는 음식 속 엽산이다. 수용성 비타민B군에 속하는 엽산은 초록 식물에 널리 분포하며, 술을 마시면 파괴된다. 이렇게 노화된 세포에 메칠기나 아세틸기를 붙이거나 떼어냄으로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면 젊고 건강한 세포로 다시 되돌릴 수 있다. 실제로 사람을 대상으로 10년 단위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사는지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10년에 5% 정도 차이 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조로증은 노화와 관련있는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으로 프로그램 이론상 적용되는 부분이다. 영화 속 벤자민 역시 이에 해당하는 경우다. (사진=헬스조선DB)02. 텔로미어 단축 이론
텔로미어가 길어지면 다시 젊어질 수 있다
‘텔로미어’란 막대 모양의 염색체 양쪽 끝에 있는 DNA인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 길이는 조금씩 짧아진다. 이같은 사실은 동물은 물론이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서도 증명됐다. 이 말은 텔로미어의 남은 길이는 개체의 수명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텔로미어 길이가 길면 세포가 아직 젊어 앞으로도 여러 번 세포분열할 수 있으며, 텔로미어 길이가 짧으면 이미 세포가 많이 분열해서 더 분열할 수 있는 여유가 거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텔로미어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과학자들은 이제 사람의 남은 수명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 흔히 사람의 나이가 노화 정도나 사망 위험도를 예측하는 지표, 즉 ‘바이오마커(Biomarker)’라고 생각하지만 나이는 매우 불완전한 바이오마커다. 개인의 감각기능, 운동기능, 인지기능 등 건강상태는 나이와 관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텔로미어의 길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90세인 사람도 텔로미어 길이가 길면 앞으로 건강하게 장수하리라 예측할 수 있다. 또 아무리 건강해 보이는 30대라도 텔로미어 길이가 얼마 남지 않으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예측하게 됐다. 결국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함으로써 한 사람이 자기 수명의 몇 퍼센트쯤에 와 있는지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또다시 호기심이 발동했다. 텔로미어의 남은 길이가 수명과 연관 있다면 인위적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연장시키면 수명이 연장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호기심은 동물실험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생쥐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서 텔로미어를 길게 해주는 효소(텔로머레이즈•Telomerase)의 발현을 증가시키자 실제로 생쥐 수명이 늘어났다.
그렇다면 사람도 텔로머레이즈를 발현시켜 인위적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늘이면 무병장수할 수 있는가? 이론상 가능하지만 여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텔로머레이즈는 정상세포에서는 발현되지 않고 줄기세포, 생식세포, 암세포에서만 발현되어 텔로미어 길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나 암세포가 아닌 정상 세포에서 텔로머레이즈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물질이나 약물을 개발함으로써 노화 과정을 늦추고, 수명도 연장시키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만약 이 연구가 결실을 거둔다면 인간은 그야말로 불로장생의 꿈을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한편 암세포는 텔로머레이즈 효소가 계속적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복원시키기 때문에 계속 분열해 암이 점점 커지게 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제약사들은 암세포와 연결된 텔로머레이즈 효소를 억제하는 약을 개발해 항암제로 사용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도 텔로머레이즈를 발현시켜 인위적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늘이면 무병장수하게 되는 것일까?”
▲ 사람의 체세포는 부모에게서 각각 23개씩 받아 총 46개 염색체(상염색체 44개+성염색체 2개)로 되어 있다. 염색체는 유전정보 DNA를 담고 있고, DNA는 다시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네 염기로 구성된다. 그런데, 복제효소 없이 염기만으로는 염색체가 온전하게 복제되지 않고, 염기에서 염기로 효소가 흘러가야 염색체가 복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ATGCGGTAG’라는 DNA가 염색체에 담겨 있다고 가정해 보자. DNA 복제효소가 각 염기를 지나며 A→G 방향으로 복제를 시작한다. 하지만 복제는 끝에 있는 G염기 앞에 있는 A염기까지만 진행된다. 왜냐하면 더 이상 염기가 없어 효소가 G염기를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염색체의 가장 마지막에 있으면서 온전한 복제를 도와주는 부분이 텔로미어(Telomere)다. 텔로미어는 ‘끝’을 뜻하는 그리스어 ‘Telos’와 ‘부위’를 가리키는 ‘Meros’의 합성어로 DNA 양 끝에 붙어 있는 반복 염기서열(TTAGGG)을 말한다. 세포분열(DNA 복제)이 한 번, 두 번 반복될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진다
▲ 동맥경화도를 측정한 검사지다. 표준수치는 나이에 따라 다르고, 측정 결과에 따라 혈관 나이를 계산한다. 혈관에 노화가 생기면 동맥경화도가 높게 나타난다. (사진=헬스조선DB)03 활성산소 이론
활성산소를 잡으면 노화를 막는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이나 광고 등에 자주 등장하는 의학용어가 바로 ‘유해산소’ 또는 활성산소다. ‘활성산소’는 짝 없는 전자를 소유한 산소의 중간 산물인데, 정상 세포의 대사 과정이나 외부의 자극에 의해 생성된다.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호흡 과정이나 음식을 소화하는 대사 과정에서 산소가 불완전 연소돼 나오는 일종의 찌꺼기가 활성산소이다. 우리 몸에는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방어기전이 있어, 어느 정도까지는 활성산소를 무력화하는 항산화물질이 인체 내부에서 분비된다. 그러나 이 방어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활성산소의 생성량이 많아지면 인체는 손상을 받고 노화가 일어나게 된다.
활성산소는 현대인 건강의 주적(主敵)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활성산소가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다. 활성산소는 염증과 싸우고, 박테리아를 죽이고, 평활근육(인체 내부 기관과 혈관의 작용을 조절하는 근육)의 활동을 조절하는 등 적당한 활성산소는 세포의 정상 기능에 필요하다. 그러나 활성산소가 과다하게 만들어지면 활성산소가 세포 속 깊숙이 침투해 DNA를 운반하는 핵에 손상을 입히고, 그 결과 돌연변이가 일어나 암이 생기게 된다. 또 활성산소는 세포의 구성 성분인 단백질, 지질 등에 산화 손상을 유발하게 되며, 이런 손상이 축적되면 노화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세포가 사용하는 산소의 1~2%는 활성산소가 되므로, 이론상 마라토너처럼 산소를 많이 쓰는 사람은 활성산소에 의한 노화도 더 빨리 진행된다. 또 우리 몸의 정상 대사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생기며, 외부적인 자외선이나 열, 세균감염 등도 활성산소의 원인이 된다.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려면 ‘당연히’ 활성산소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이미 생성된 활성산소를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
"우리 몸에는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방어기전이 있어, 어느 정도까지는 활성산소를 무력화하는 항산화물질이 인체 내부에서 분비된다."
활성산소 발생 억제하는 방법
그렇다면 활성산소의 발생을 억제하거나 이미 생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소식(小食)해야 한다. 활성산소는 음식물의 소화와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므로 음식을 적게 먹으면 노화가 억제되고 수명도 연장된다. 한쪽 생쥐에겐 정상적으로 먹이를 주고 다른 생쥐에겐 30~50%의 칼로리를 줄인 먹이를 준 생쥐 실험을 한 결과, 먹이를 줄인 생쥐는 마음껏 먹은 생쥐에 비해 평균 수명과 최대 수명이 증가했다. 그리고 각종 노화 관련 질환의 발생 빈도가 감소했고, 질병이 생기는 나이가 늦춰졌으며, 스트레스에 더 잘 견뎠고, 생쥐의 정상적인 몸 기능이 더 늦게까지 유지되었다. 식이 제한으로 인한 노화 방지 효과는 원숭이같은 영장류에게서 동일하게 증명되었다. 따라서 소식이야말로 무병장수를 위한 가장 검증된 방법이다. 한편 음식 양을 30~50% 줄이기 쉽지 않은 만큼 과학자들은 음식을 제대로 먹고도 소식했을 때
나타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물질(2-deoxy-D-glucose)을 먹이면 포도당 분해를 억제해 소식과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인슐린/성장호르몬-1을 억제하면 산화 손상에 대한 저항성이 증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둘째, 적절한 운동이다. 활성산소는 호흡과 비례해 증가하므로 얼핏 운동을 하면 오히려 노화도 촉진되는 것처럼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운동은 활성산소에 대항하는 SOD, GSH, 카탈라제 같은 자연적 황산화물질의 분비도 늘어나서 산화 손상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이런 자연적 항산화물질의 생성이 억제돼 산화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과도한 운동은 활성산소가 세포의 방어 능력을 초과해서 과도하게 생성되게 하므로 세포를 공격하고 뼈대와 근육의 손상을 초래해 노화를 촉진시키게 된다.
셋째, 식품 또는 약품의 형태로 항산화물질을 외부에서 공급해 활성산소에 의한 산화 손상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비타민 C나 E 같은 황산화물질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노화가 억제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진실이다. 꼭 천연식품이 아니더라도 천연비타민이나 합성비타민 같은 항산화제도 어느 정도 산화 손상을 억제해 노화를 예방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비타민C를 하루 3000~6000mg씩 복용하는 ‘메가도스(Megadose・과다복용) 요법’은 어떨까? 이 요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식사 도중에 다량의 비타민C를 복용하면 소화와 대사 과정에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억제해 심장병이나 암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원리에 따라 많은 사람이 비타민C 메가도스 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산화 손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신장결석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메가도스 요법에 반대하는 학자들도 있다.
월간헬스조선 7월호(100페이지)에 실린 기사
노화의 3대 원인에서 다시 젊어지는 길을 찾다
"누구에게나 나타나고, 우리 몸속에서 일어나고, 천천히 발생되는 것이
노화다. 이는 특정인에게, 외부 요인 때문에, 갑자기 나타나는 질병과 다르다"
사람이 나이 들면서 늙는 것은 의심할 필요도 없는 자연의 법칙이다. 그러나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뉴튼이 만유인력을 발견한 것처럼, 과학은 항상 너무나 당연해 보이는 것을 의심하는 데서부터 비롯된다. 그런 과학자의 마음으로 인간 노화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를 한번 생각해 보자. 도대체 사람은 왜 늙을까? 황당한 물음이라면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가 늙기에 인간이 늙는 것도 당연하다고치자. 그런데 나무는 왜 수천 년씩 사는데, 인간 수명은 기껏해야 100세 전후일까? 성경 속 므두셀라 등 노아 대홍수 이전 인물은 800~900세까지 살았다는데, 지금의 인간 수명이 다시 그때만큼 획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과연 있는 것일까? 그렇게 되려면 어떤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까?
먼저 ‘늙는다(노화)’는 것은 무엇일까? 20대 청년과 90대 노인을 비교하면 노화의 의미가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학문적으로는 세포분열의 능력이 없어지고 장기나 조직의 고유 기능이 점점 감소하
고 결과적으로 죽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젊을 때는어떤 조직이나 세포에 만성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그 세포의 분열이 증가해 손상을 치유하게 되지만, 더 이상 세포분열할 여력이 없어지면 그 부위의 기능이 감퇴되어, 결국 죽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노화가 아닌 ‘질병’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질병과 노화는 또 어떻게 다를까? 사람에게 나타나는 특정 현상을 노화로 규정하려면 첫째, 그 현상이 모든 개체에 예외 없이 일반적으로 발생해야한다. 즉, 특정인에게만 생기는 현상은 노화현상이 아니고 질병이라고 해야 한다. 둘째, 인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어야 한다. 균에 감염되거나 교통사고, 독극물 오염 등과 같이 외부적 요인에 의해 일어나는 것은 노화현상이 아니다.
셋째, 점진적으로 발생하고 진행하는 현상이지 어느 순간 갑자기 일어나는 현상은 노화현상이 아니다. 넷째, 궁극적으로 육체적•인지적 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노화가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가 노화를 거쳐 사멸에 이르게 된다. 범위를 넓혀 보면 노화와 사멸의 과정을 걷는 것은 생명체뿐이 아니다. 자동차도 오래 사용하면 곳곳에 흠집이 나고 엔진 등의 성능이 떨어져 폐차의 운명을 맞게되며, 책상도 오래되면 까이고 삐걱거리다 어느 순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이것이 노화의 ‘마모이론(Wear and TearTheory)’이다. 오래 사용하는 과정에서 물건이 마모되어 더 이상 쓸 수 없게 되듯이 우리 몸도 살아가면서 받는 각종 손상에 의해 마모되어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모 이론만으
로는 복잡하고 변화무쌍한 인간의 노화양상을 설명하기 어렵다. 자동차나 책상은 100의 충격을 주면 동일하게 100의손상을 받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사람의 노화를 초래하는 좀더 복잡하고 정교한 내적 원인과메카니즘이 무엇인지에 관한 연구에 집중해 왔으며, 다양한 가설과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노화 관련 이론 가운데 가장흔하게 거론되는 것은 다음의 세 가지다.
01. 프로그램 이론
노화와 수명은 유전적으로 타고 난다
사람의 형질을 결정짓는 유전자 속에 특 정인의 노화와 수명에 관한 모든 정보가 미리 입력되어 있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 어 어떤 가계(家系)는 태생적으로 비만 하기 쉽고, 혈압과 콜레스테롤이 높아 아 버지와 아들, 손자가 모두 40대에 심근 경색이 발생해서 사망한다는 ‘운명’이 미 리 유전자 속에 설계돼 있다는 이론이다. 물론 식사나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나 의학적 치료로 얼마든지 운명을 회피할 수 있지만, 그런 후천적 요인을 배제한다 면 한 사람의 노화와 수명에 관한 운명 은 미리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대로 진 행된다는 이론이다.
과학자들은 다분히 결정론적인 ‘프로 그램 이론’에 머물지 않고 한발 더 깊숙 하게 연구를 진행했다. 인간의 운명이 미 리 유전자에 입력돼 있다면 그토록 수많 은 유전자 중에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자 에 그런 운명이 입력돼 있는지 알고 싶 었던 것이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질병이 나 노화, 수명과 관련된 많은 유전자를 찾아냈고, 그 유전자의 돌연변이나 발현 정도에 따라 노화와 장수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실제로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노화가 급 속도로 진행되는 ‘조로증(Progeria)’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항산화효 소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면 수명이 늘 어나고, 반대로 인슐린이나 성장호르몬 관련 유전자는 발현을 억제하면 수명이 연장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결국 노화 와 장수에 관계되는 유전자의 발현 정도 를 조정하면 미리 프로그램된 운명은 어 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 네덜란드 연구진은 최근 술, 담배를 해도 므두셀라 유전자(그림)만 있으면 100세 이상 장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므두셀라는 969세까지 산 문헌 기록상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전해진다. (사진=헬스조선DB)유전자 발현이란?
‘발현(發顯)’이란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발현의 사전적 의미는 ‘속에 있거 나 숨어 있는 것이 밖으로 나타나거나 나타나게 함’이다. 유전자의 발현은 전구 의 스위치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스위 치가 꺼져 있으면(발현이 되지 않으면) 유전자의 고유 기능이 발휘되지 않지만, 어느 순간 스위치가 켜지면 마치 불이 켜지는 것처럼 그 유전자의 고유 기능이 발휘되는 것이다.
DNA 형태의 유전자가 발현하여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RNA를 통해 단백질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유전자 구조(염기서열)에 돌연변이가 생기거나 그 유전자의 발현이 인위적으로 억제 또는 증폭되면 RNA를 통한 정상적인 단백질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며, 그 단백질의 기능이 변해 여러 병이 생기거나, 노화가 일어나거나 반대로 노화가 억제되는 등의 현상이 일어난다. 이처럼 유전자 발현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을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 한다.
▲ 생체나이는 근력을 측정해 파악할 수 있다. 노화가 시작되면 근육량이 감소하면서 근력이 줄어든다. 사진은 근력측정기를 위로 당겨 근력량을 측정하는 모습이다. 정상 수치는 120이며, 노화의 정도에 따라 근력이 약해져 수치가 줄어든다. (사진=헬스조선DB)유전자 발현 어떻게 조정하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법 중 하나는 DNA에 붙어 있는 ‘메칠기’의 양을 조절
하는 것이다. 같은 유전자라도 메칠기가 얼마나 붙어 있느냐에 따라 유전자 발현 정도가 차이 나게 된다. 또 DNA를 둘러싸고 있는 ‘히스톤’이란 단백질에 붙어 있는 ‘아세틸기’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도 있다. 아세틸기가 많아지면 히스톤 사이에 틈새가 생겨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데 필요한 인자의 DNA 접근이 가능해져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하게 된다.
유전자 발현은 우리가 먹는 음식, 약물, 주위 환경 물질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메칠기의 주된 재료는 우리가 먹는 음식 속 엽산이다. 수용성 비타민B군에 속하는 엽산은 초록 식물에 널리 분포하며, 술을 마시면 파괴된다. 이렇게 노화된 세포에 메칠기나 아세틸기를 붙이거나 떼어냄으로써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면 젊고 건강한 세포로 다시 되돌릴 수 있다. 실제로 사람을 대상으로 10년 단위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사는지에 따라 유전자 발현이 10년에 5% 정도 차이 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조로증은 노화와 관련있는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것으로 프로그램 이론상 적용되는 부분이다. 영화 속 벤자민 역시 이에 해당하는 경우다. (사진=헬스조선DB)02. 텔로미어 단축 이론
텔로미어가 길어지면 다시 젊어질 수 있다
‘텔로미어’란 막대 모양의 염색체 양쪽 끝에 있는 DNA인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 길이는 조금씩 짧아진다. 이같은 사실은 동물은 물론이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서도 증명됐다. 이 말은 텔로미어의 남은 길이는 개체의 수명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텔로미어 길이가 길면 세포가 아직 젊어 앞으로도 여러 번 세포분열할 수 있으며, 텔로미어 길이가 짧으면 이미 세포가 많이 분열해서 더 분열할 수 있는 여유가 거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텔로미어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과학자들은 이제 사람의 남은 수명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됐다. 흔히 사람의 나이가 노화 정도나 사망 위험도를 예측하는 지표, 즉 ‘바이오마커(Biomarker)’라고 생각하지만 나이는 매우 불완전한 바이오마커다. 개인의 감각기능, 운동기능, 인지기능 등 건강상태는 나이와 관계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텔로미어의 길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90세인 사람도 텔로미어 길이가 길면 앞으로 건강하게 장수하리라 예측할 수 있다. 또 아무리 건강해 보이는 30대라도 텔로미어 길이가 얼마 남지 않으면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 예측하게 됐다. 결국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함으로써 한 사람이 자기 수명의 몇 퍼센트쯤에 와 있는지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학자들은 또다시 호기심이 발동했다. 텔로미어의 남은 길이가 수명과 연관 있다면 인위적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연장시키면 수명이 연장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호기심은 동물실험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생쥐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에서 텔로미어를 길게 해주는 효소(텔로머레이즈•Telomerase)의 발현을 증가시키자 실제로 생쥐 수명이 늘어났다.
그렇다면 사람도 텔로머레이즈를 발현시켜 인위적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늘이면 무병장수할 수 있는가? 이론상 가능하지만 여기에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텔로머레이즈는 정상세포에서는 발현되지 않고 줄기세포, 생식세포, 암세포에서만 발현되어 텔로미어 길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나 암세포가 아닌 정상 세포에서 텔로머레이즈의 활성을 증가시키는 물질이나 약물을 개발함으로써 노화 과정을 늦추고, 수명도 연장시키는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만약 이 연구가 결실을 거둔다면 인간은 그야말로 불로장생의 꿈을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한편 암세포는 텔로머레이즈 효소가 계속적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복원시키기 때문에 계속 분열해 암이 점점 커지게 된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제약사들은 암세포와 연결된 텔로머레이즈 효소를 억제하는 약을 개발해 항암제로 사용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도 텔로머레이즈를 발현시켜 인위적으로 텔로미어 길이를 늘이면 무병장수하게 되는 것일까?”
▲ 사람의 체세포는 부모에게서 각각 23개씩 받아 총 46개 염색체(상염색체 44개+성염색체 2개)로 되어 있다. 염색체는 유전정보 DNA를 담고 있고, DNA는 다시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네 염기로 구성된다. 그런데, 복제효소 없이 염기만으로는 염색체가 온전하게 복제되지 않고, 염기에서 염기로 효소가 흘러가야 염색체가 복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ATGCGGTAG’라는 DNA가 염색체에 담겨 있다고 가정해 보자. DNA 복제효소가 각 염기를 지나며 A→G 방향으로 복제를 시작한다. 하지만 복제는 끝에 있는 G염기 앞에 있는 A염기까지만 진행된다. 왜냐하면 더 이상 염기가 없어 효소가 G염기를 지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염색체의 가장 마지막에 있으면서 온전한 복제를 도와주는 부분이 텔로미어(Telomere)다. 텔로미어는 ‘끝’을 뜻하는 그리스어 ‘Telos’와 ‘부위’를 가리키는 ‘Meros’의 합성어로 DNA 양 끝에 붙어 있는 반복 염기서열(TTAGGG)을 말한다. 세포분열(DNA 복제)이 한 번, 두 번 반복될수록 텔로미어 길이가 짧아진다
▲ 동맥경화도를 측정한 검사지다. 표준수치는 나이에 따라 다르고, 측정 결과에 따라 혈관 나이를 계산한다. 혈관에 노화가 생기면 동맥경화도가 높게 나타난다. (사진=헬스조선DB)03 활성산소 이론
활성산소를 잡으면 노화를 막는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이나 광고 등에 자주 등장하는 의학용어가 바로 ‘유해산소’ 또는 활성산소다. ‘활성산소’는 짝 없는 전자를 소유한 산소의 중간 산물인데, 정상 세포의 대사 과정이나 외부의 자극에 의해 생성된다.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호흡 과정이나 음식을 소화하는 대사 과정에서 산소가 불완전 연소돼 나오는 일종의 찌꺼기가 활성산소이다. 우리 몸에는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방어기전이 있어, 어느 정도까지는 활성산소를 무력화하는 항산화물질이 인체 내부에서 분비된다. 그러나 이 방어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활성산소의 생성량이 많아지면 인체는 손상을 받고 노화가 일어나게 된다.
활성산소는 현대인 건강의 주적(主敵)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활성산소가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다. 활성산소는 염증과 싸우고, 박테리아를 죽이고, 평활근육(인체 내부 기관과 혈관의 작용을 조절하는 근육)의 활동을 조절하는 등 적당한 활성산소는 세포의 정상 기능에 필요하다. 그러나 활성산소가 과다하게 만들어지면 활성산소가 세포 속 깊숙이 침투해 DNA를 운반하는 핵에 손상을 입히고, 그 결과 돌연변이가 일어나 암이 생기게 된다. 또 활성산소는 세포의 구성 성분인 단백질, 지질 등에 산화 손상을 유발하게 되며, 이런 손상이 축적되면 노화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세포가 사용하는 산소의 1~2%는 활성산소가 되므로, 이론상 마라토너처럼 산소를 많이 쓰는 사람은 활성산소에 의한 노화도 더 빨리 진행된다. 또 우리 몸의 정상 대사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생기며, 외부적인 자외선이나 열, 세균감염 등도 활성산소의 원인이 된다.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려면 ‘당연히’ 활성산소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이미 생성된 활성산소를 신속하게 제거해야 한다.
"우리 몸에는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방어기전이 있어, 어느 정도까지는 활성산소를 무력화하는 항산화물질이 인체 내부에서 분비된다."
활성산소 발생 억제하는 방법
그렇다면 활성산소의 발생을 억제하거나 이미 생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소식(小食)해야 한다. 활성산소는 음식물의 소화와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므로 음식을 적게 먹으면 노화가 억제되고 수명도 연장된다. 한쪽 생쥐에겐 정상적으로 먹이를 주고 다른 생쥐에겐 30~50%의 칼로리를 줄인 먹이를 준 생쥐 실험을 한 결과, 먹이를 줄인 생쥐는 마음껏 먹은 생쥐에 비해 평균 수명과 최대 수명이 증가했다. 그리고 각종 노화 관련 질환의 발생 빈도가 감소했고, 질병이 생기는 나이가 늦춰졌으며, 스트레스에 더 잘 견뎠고, 생쥐의 정상적인 몸 기능이 더 늦게까지 유지되었다. 식이 제한으로 인한 노화 방지 효과는 원숭이같은 영장류에게서 동일하게 증명되었다. 따라서 소식이야말로 무병장수를 위한 가장 검증된 방법이다. 한편 음식 양을 30~50% 줄이기 쉽지 않은 만큼 과학자들은 음식을 제대로 먹고도 소식했을 때
나타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물질(2-deoxy-D-glucose)을 먹이면 포도당 분해를 억제해 소식과 비슷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인슐린/성장호르몬-1을 억제하면 산화 손상에 대한 저항성이 증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둘째, 적절한 운동이다. 활성산소는 호흡과 비례해 증가하므로 얼핏 운동을 하면 오히려 노화도 촉진되는 것처럼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운동은 활성산소에 대항하는 SOD, GSH, 카탈라제 같은 자연적 황산화물질의 분비도 늘어나서 산화 손상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이런 자연적 항산화물질의 생성이 억제돼 산화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과도한 운동은 활성산소가 세포의 방어 능력을 초과해서 과도하게 생성되게 하므로 세포를 공격하고 뼈대와 근육의 손상을 초래해 노화를 촉진시키게 된다.
셋째, 식품 또는 약품의 형태로 항산화물질을 외부에서 공급해 활성산소에 의한 산화 손상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비타민 C나 E 같은 황산화물질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노화가 억제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진실이다. 꼭 천연식품이 아니더라도 천연비타민이나 합성비타민 같은 항산화제도 어느 정도 산화 손상을 억제해 노화를 예방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그렇다면 비타민C를 하루 3000~6000mg씩 복용하는 ‘메가도스(Megadose・과다복용) 요법’은 어떨까? 이 요법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식사 도중에 다량의 비타민C를 복용하면 소화와 대사 과정에 발생하는 활성산소를 억제해 심장병이나 암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원리에 따라 많은 사람이 비타민C 메가도스 요법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산화 손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신장결석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메가도스 요법에 반대하는 학자들도 있다.
월간헬스조선 7월호(100페이지)에 실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