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보다 노인들 '서맥성(느린맥박) 부정맥' 잘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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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0-02-12 20:26|본문
◇ 젊은이보다 노인들 '서맥성(느린맥박) 부정맥' 잘 몰라
심장은 보통 분당 60~100번씩, 하루 약 10만 번을 규칙적으로 펌프질을 반복하는데 이런 심장박동에 문제가 생겨 맥박이 지나치게 빨라지거나 느려지면서 불규칙해지는 게 부정맥이다.
맥박이 100회를 넘으면 '빈맥', 60회 미만이면 '서맥',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아주 빠르게 뛰면 '심방세동'으로 구분한다.
부정맥 중에서도 서맥성부정맥은 심장이 1분에 60회 미만으로 박동하면서 뇌를 비롯한 주요 장기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드는 질환으로, 심하면 수초 이상 심장이 정지하기도 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이 질환의 유일한 치료법은 인공심박동기 시술이다
하지만, 한국의 노인들은 이 질환을 잘 몰라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가톨릭의대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팀이 서맥으로 인공심박동기(페이스메이커)를 이식한 12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첫 증상이 나타나고 인공심박동기 시술을 하기까지 평균 1년10개월(22.1개월)이 걸렸다.
반면 증상을 느끼고 비교적 빠른 6개월 이내에 병원을 찾은 환자는 전체의 57%(59명)에 그쳤으며, 진단을 받기 전 이미 이 질환에 대해 알고 있었던 환자는 12명에 불과했다. 심지어 병원에 오기까지 25년이 소요된 환자도 있었다.
환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40대 미만 환자도 있었지만, 60대 이상의 고령이 80% 정도를 차지했다.
환자들이 느낀 증상으로는 어지럼증, 실신, 호흡곤란, 무력감, 가슴 두근거림, 흉통 중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었던 경우가 30%(38명) 였고, 다음으로 실신 18.9%(24명), 호흡곤란 15.7%(20명), 흉통 5.5%(7명) 등의 순이었다.
노태호 교수는 "서맥성 부정맥의 주요 증상을 나이가 많아지면 당연히 생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워 발견이 늦은 편"이라며 "적기에 치료를 받는다면 훨씬 더 높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는 만큼 60세 이상에서 어지럼증이 나타나면 빈혈이나 저혈압 등으로 자가 진단하지 말고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성 부정맥의 치료는 빠른 부정맥과는 매우 다르다. 심장 안에서 맥박을 만들어 내는 ‘동결절’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심방에서 심실로 전기를 전달해 주는 전기가 차단되어 발생한다. 맥박이 느려 전신으로 피를 원활히 보내주지 못하므로,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은 운동할 때 숨이 차고, 더 심하면 머리로 가는 혈류가 줄어 현기증을 느끼거나 쓰러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인공심장박동기(인공심박조율기)를 삽입한다. 인공심장박동기는 제 박자에 뛰지 못하는 심장을 제대로 뛰게 해주는 기기다.
◇ 비만이 부정맥 불러…규칙적인 운동이 중요
호주의 한 대학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정상에서 5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심방세동 위험은 29%씩 높아졌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혈압이 높아지면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지고, 이 때문에 심장의 이완 기능이 잘 이뤄지지 않아 부정맥 유발 위험이 커지는 것이다.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매일 30분 이상 운동으로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걷기나 달리기, 자전거, 수영 등의 유산소 운동과 온몸의 근육을 풀 수 있는 체조나 요가 등도 좋다.
다만, 추운 날씨에 새벽 운동이나 등산은 삼가는 것이 좋다. 만약 운동을 하게 된다면 운동하기 전에 약 10분간 맨손 체조나 스트레칭 체조로 심장 등이 추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본 운동에 들어가서도 약한 강도에서 시작해 마지막에 다시 약한 강도로 돌아오게 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아침운동을 할 때 가슴부위가 답답하거나 통증, 호흡곤란 증세 등이 느껴지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 '커피·술·담배' 피하고 소금은 적당량 섭취해야
건강한 사람도 술이나 담배, 카페인 등이 원인이 돼 심장의 전기 시스템이 고장 날 수 있다. 따라서 술은 하루에 1~2잔 이내로 줄이는 게 좋고,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커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세계적으로 부정맥 발생과의 연관성을 언급한 논문이 많은 만큼 꼭 마셔야 한다면 하루에 1~2잔 정도가 적당하다.
나트륨을 줄여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건강 상식이지만 너무 적게 섭취해도 부정맥에 안 좋을 수 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팀이 심장병 환자 약 3만여명의 7년간 기록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나트륨 섭취가 많을 때뿐만 아니라 너무 적을 때도 심장병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트륨은 심장 박동수를 조절하는데, 양이 부족하면 심장이 제대로 수축하지 않아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 소금 섭취량을 5g, 미국심장학회는 3.75g을 권장하고 있으므로 적정량을 섭취하는 게 좋다.
(도움말 :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박준범 교수, 가톨릭의대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순환기내과 최종일·심재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