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오일 vs 해로운 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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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22-09-13 05:32|본문
건강한 오일 vs 해로운 오일
요리할 때 빠질 수 없는 식재료 중 하나가 바로 ‘오일’이다. 올리드유를 뿌린 샐러드, 버터에 구운 전복, 마가린에 구운 토스트 등은 일상에 흔한 인기 메뉴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혈관 건강을 망가뜨리는 지름길로 안내할 수 있다. 사용한 오일 때문이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월터 윌렛 교수는 하버드의대 학술지에 이른바 ‘건강한 오일’과 ‘해로운 오일’을 분류해 제시했다. 그의 분류 기준을 참고로 평소 즐겨 먹는 오일을 점검해보는 건 어떨까.
건강한 오일
오일에서 얻을 수 있는 지방은 두 가지다. 바로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이다. 이 가운데 ‘불포화지방’은 건강한 오일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여겨진다. 불포화지방은 분자 구조상 탄소(C)와 일대일로 결합할 수소(H)가 부족한 불포화 상태를 이룬다. 이 때문에 상온에서 단단하지 못한 구조, 즉 액체 상태를 유지한다.
올리브유·포도씨유처럼 액상 형태의 식물성 오일에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이유다. 불포화지방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좋은(HDL) 콜레스테롤의 혈중 농도를 높여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달라붙는 것을 막아준다. 윌렛 교수는 “식물성 오일 중에서도 ‘가장’ 건강한 오일은 올리브유”라고 꼽았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항산화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올리브 열매를 그대로 압착해 정제가 안 된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이 이상적이라고 조언했다. 올리브 과육의 폴리페놀을 그대로 담아서다. 실제로 올리브오일 제품 가운데 올리브 열매를 정제한 퓨어 올리브오일에는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오일 1㎏당 10~100㎎ 든 반면,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에는 150~400㎎으로 더 풍부하다.
ADVERTISEMENTADVERTISEMENTADVERTISEMENT윌렛 교수는 콩기름·옥수수유·해바라기씨유·홍화씨유·유채유 등도 건강한 오일로 분류했다. 콩기름은 전체 지방에서 불포화지방이 85% 이상을 차지한다. 정제 과정을 마친 콩기름은 자체 맛·향이 없어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항산화 비타민인 비타민E(토코페롤)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식물성 스테롤(sterol)이 콩기름에 소량 들어 있다.
옥수수유는 옥수수에서 분리한 배아(胚芽·씨눈)에서 짠 기름이다. 옥수수 지방 성분의 85%가 배아에 몰려 있어서다. 옥수수유는 불포화지방 비율이 높고 활력을 주는 비타민E가 풍부하다. 다른 식용유보다 산화 속도가 느린 것도 비타민E 덕분이다.
김형미 동덕여대 식품영양학과 겸임교수는 “한국인이 즐겨 먹는 들기름·참기름·포도씨유·아보카도오일에도 불포화지방이 풍부해 건강한 오일로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식물성 오일이 아무리 건강에 좋다지만 따져볼 것도 있다. 바로 불포화지방 속 오메가 3·6의 비율이다. 김 겸임교수는 “오메가3와 오메가6의 이상적인 비율은 1대 1~4이지만, 서구화한 식단을 즐기는 현대인은 이 비율이 1대 15~16으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고 경고했다.
오메가3와 오메가6는 체내에서 필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전환돼 혈압 조절, 위액 분비, 수면 주기 조절, 호르몬 합성 등에 관여한다. 오메가3와 오메가6는 다양한 형태로 전환될 때 똑같은 효소를 사용한다. 효소를 차지하기 위해 반응이 경쟁적일 수밖에 없다.
김 겸임교수는 “오메가6는 염증 반응, 혈전 생성을 유도하는 데 오메가3는 이와는 반대로 항염증 작용, 혈전 생성 방해를 유도할 수 있으므로 두 반응의 균형을 위해서도 오메가3와 6의 섭취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식에 자주 사용하는 들기름엔 오메가3, 참기름엔 오메가6의 비율이 높다. 평소 서구화한 식습관을 즐긴다면 참기름 대신 들기름으로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메가9은 ‘혈관 청소부’로 통한다. LDL 콜레스테롤은 줄이고 HDL 콜레스테롤은 떨어뜨리지 않는다. 오메가9은 올리브오일과 아보카도오일에 풍부하다.
해로운 오일
윌렛 교수는 건강에 해로운 오일로 버터·팜유·야자유(코코넛오일)·라드를 꼽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포화지방의 비율이 높아 고체 또는 반(半)고체 상태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포화지방은 탄소와 수소가 일대일로 단단하게 결합하는 포화 상태를 이루면서 어딘가에 잘 쌓인다. 이 때문에 포화지방은 상온에서 고체 또는 반(半)고체 상태를 유지하며 체내에선 혈관에 차곡차곡 쌓이기 쉽다.
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고기동 교수는 “포화지방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데, 높아진 LDL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혈관을 좁게 한다”며 “이로 인해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 하지동맥 질환 등 심뇌혈관 질환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의 ‘한국인 영양 섭취 기준’ (2020)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의 성인 남녀는 포화지방을 하루 섭취 권장량의 7% 미만까지는 섭취해도 괜찮다. 문제는 과잉 섭취다.
김 겸임교수는 “버터·라드 등을 사용한 메뉴·가공식품을 즐기면 포화지방 과식으로 이어지기 쉽다”고 경고했다.
일부 제과점에서 판매하는 타르트의 경우 1회 제공량(90g)당 포화지방 함량이 16.7g으로, 하루 권장 섭취량이 2000㎉인 20대 여성은 한 개(7.5%)만 먹어도 포화지방 섭취 제한량을 넘긴다. 포화지방은 생식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임상영양학지에 따르면 포화지방을 가장 많이 섭취한 남성 그룹은 가장 적게 먹은 남성 그룹보다 정자 밀도가 38% 낮았고, 정자 수도 41%나 적었다.
포화지방보다 몸에 더 해로운 지방이 있다. 바로 트랜스지방이다. 트랜스지방은 사실 불포화지방의 일종이지만, 포화지방처럼 단단한 고체 형태를 유지한다. 식물성 오일에 열을 가하거나 인위적으로 수소를 넣어 포화지방과 같은 구조로 개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포화지방이 혈관에 LDL 콜레스테롤을 쌓이게 한다면, 트랜스지방은 LDL 콜레스테롤을 쌓이게 할 뿐만 아니라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청소하는 기능마저 방해한다. 혈관 속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옮겨주는 HDL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랜스지방의 하루 섭취량을 총 섭취 칼로리의 1% 미만으로 제한한다. 하루에 2000㎉를 먹는다면 트랜스지방을 2.2g 이내로 먹어야 안전하다는 것이다.
케이크 한 조각에 트랜스지방이 3.1g, 도넛 1개에 0.7g이 들어 있다. ‘건강한 오일’인 들기름·참기름에 열을 가하면 ‘해로운 오일’로 변한다. 이들 기름은 발연점이 낮아 20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트랜스지방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따라서 들기름·참기름은 가열 없이 샐러드에 넣거나 무침 요리에 활용해야 한다. 버터엔 포화지방이, 마가린엔 트랜스지방이 많다.
김 겸임교수는 “빵을 먹을 때 버터·마가린보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곁들이는 게 몸에 더 유익하다”고 조언했다.
편역자 최용국 / 서울대명예교수 홍문화 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