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영양 많고, 열량 낮고 건강 손익계산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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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09-11-23 09:29|본문
막걸리 열풍이 예사롭지 않다. 올 1~9월 막걸리 수출량은 4380t이며 금액은 356만2000달러에 달했다(관세청).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양으로는 24%, 금액으론 23% 늘어난 수치다. 올해 수출된 막걸리의 87%는 일본으로 갔다. 한류 열풍과 함께 발효주인 막걸리가 건강에 유익하다는 입소문이 퍼져서다. 지난달 23일 미국의 뉴스전문채널인 CNN은 막걸리를 집중 소개했다. 막걸리가 ‘재기’(a strong comeback)를 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막걸리 소비 촉진을 위해 매년 12월 둘째 주 특정 요일을 정해 그해 햅쌀로 담근 막걸리, 통칭 ‘막걸리 누보’를 출시하기로 했다. 종류·색깔도 다양해졌다. 웰빙 성분과 건강효과를 밝히기 위한 연구도 활발하다. 막걸리의 건강 손익계산서를 살펴보자.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소주·위스키 보다 열량 훨씬 낮아
막걸리는 곡주(穀酒)이자 탁주(濁酒)다. 쌀이 주재료여서 곡주이고, 탁하게 빚어서 탁주다. 밥에다 누룩을 섞어 빚은 술을 체로 대충 걸러서 텁텁하게 만들었다. 쌀(쌀막걸리) 외에 찹쌀(찹쌀막걸리)·옥수수(옥수수막걸리)·조(조막걸리) 등 다양한 곡류로 만들 수 있다. 밥풀이 그대로 떠 있는 동동주도 막걸리의 한 종류다.
영양도 풍부하다.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단백질·탄수화물·비타민·미네랄과 생리활성물질·생효모가 만들어져서다.
신라대 식품영양학과 김미향 교수는 “막걸리의 단백질 함량은 그리 높지 않지만(100mL당 1.9g) 단백질의 질(단백가)이 좋다”며 “쌀 단백질의 단백가는 콩 단백질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열량은 그리 높지 않다. 100mL당 46㎉로 콜라·사이다(40㎉)나 맥주(37㎉) 수준이다. 같은 양의 포도주(70∼74㎉)·소주(141㎉)·위스키(250㎉)보다 훨씬 낮다. 막걸리를 다이어트 술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음주 뒤 숙취가 문제 … 발효과정서 생겨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는 6∼7%다. 한국인에게 인기 높은 5대 술 가운데 맥주(4.5%)보다는 약간 높지만 포도주(12%)·소주(25%)·위스키(43%)보다는 낮다. 일반적인 독주의 기준(알코올 20% 이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순한 술이다.
그러나 음주 뒤 숙취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막걸리 세계화의 최대 장애물이다.
영남대 식품가공학과 이종기 교수는 “막걸리·포도주 등 곡주·과실주는 소주·위스키 등 희석주·증류주에 비해 숙취가 상대적으로 심하다”며 “발효 균주에 잡균이 섞여 있을 수 있으며, 발효할 때 숙취 성분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막걸리는 제조회사에 따라 숙취 유발 정도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도주=건강주’처럼 깊이 있는 연구 필요
막걸리는 김치·청국장·된장·고추장·간장·젓갈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 발효식품이자 슬로푸드다. 그러나 웰빙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신라대 식품영양학과 배송자 교수는 막걸리의 암세포 성장억제·혈압 강하·항산화(유해산소 제거) 효과 등을 밝혀냈다. 또 김미향 교수는 막걸리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간기능 개선에 유익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 초기 연구단계다. 막걸리의 간기능 개선 효과를 밝힌 연구의 경우 막걸리에서 알코올을 뺀 뒤 이를 갱년기 여성에게 제공한 결과다. 따라서 ‘막걸리=항암술 또는 콜레스테롤 저감주’ 등으로 등식화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막걸리의 웰빙 성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이는 라스베라트롤이란 항산화 성분(폴리페놀의 일종)을 찾아낸 뒤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 중인 포도주 업계와 큰 대조를 이룬다.
김미향 교수는 “막걸리의 단백질 성분인 펩타이드와 당지질”을, 이종기 교수는 “생막걸리에 함유된 유산균”을 막걸리의 건강 성분으로 추정했다. 유산균은 열처리한 막걸리엔 없다. 배송자 교수는 막걸리에 든 물질이 멜라닌의 생성을 억제해 피부 미백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결석 있는 사람은 과음하면 안 돼
막걸리도 과음은 득보다 실이 많다. 하루에 남성은 360mL, 여성은 180mL 이하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김미향 교수). 소주·맥주는 고유의 술잔이 이미 규격화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남성은 하루 2잔, 여성은 하루 1잔 이하 마실 것을 권장한다. 그러나 막걸리잔은 아직 통일되지 않아 잔 수로 적정 음주량을 설정하기 힘들다.
신장 결석이 있는 사람이 막걸리를 과다 섭취하는 것도 손해다.
이종기 교수는 “젊었을 때 막걸리를 한꺼번에 많이 마셔 신장 결석을 두 번 빼낸 경험이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과음은 신장 결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막걸리는 영양분·발효균이 풍부한 만큼 상하기도 쉽다. 따라서 구입 후 냉장고에 보관하되 가능한 한 빨리 마셔야 한다. 생막걸리는 1주일 내에, 열처리한 것은 한 달 내에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배송자 교수는 “막걸리는 반드시 흔들어서 마셔야 한다”며 “그래야 술병 바닥에 가라앉은 귀한 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엔 막걸리 색깔이 컬러풀해졌다. 막걸리 제조 시 고구마·단호박·당근 등 다양한 부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자색(紫色) 고구마 막걸리·백련초 막걸리(면역 강화)·함초 막걸리(변비 예방)·비트 막걸리(여성용)·단호박 막걸리(이뇨 촉진)·당근 막걸리(시력 보호)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괄호 안은 각 부재료의 효능이다.
주재료 누룩은 “소화 돕는 한약재”
『동의보감』엔 막걸리에 대한 별도의 언급이 없다. 막걸리의 주재료인 누룩은 한방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한약재다. ‘신곡’이라고 부른다.
경희의료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는 “신곡은 입맛이 나게 하고, 소화가 잘 되게 하며, 곽란·설사·이질을 멎게 한다”며 “위·장 기능을 도와주는 한약재”라고 소개했다. 식사한 뒤 소화가 잘 안 될 때 막걸리 한 잔이 특효약이 될 수 있다는 것.
막걸리의 주요 영양성분
단백질 100㎖당 1.9g(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트립토판·페닐알라닌·메티오닌 등 함유)
비타민 비타민 B군(비타민 B1·B2·B6·나이아신·엽산)과 비타민 C(간 보호작용·피부 미용에 유익)
유기산 젖산·주석산·사과산·구연산 등(체내 피로 유발 물질 제거·식욕 증진·갈증 해소 효과)
알코올 알코올 농도 6~7%(혈액순환·신진대사·피로 해소에 도움)
맛·휘발성 풍미 성분 발효 과정 중 생성된 알코올·에스테르·산·알데히드 등
지방 100㎖당 0.02g 함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