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덜미 뻣뻣·어눌한 말투 곧바로 증상 사라진다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0-08-16 10:48|본문
경기도 분당에 사는 이모(67)씨는 최근 아들과 전화통화를 하는 중 말이 어눌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이내 좋아져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이후 계단을 오를 때 다리에 힘이 빠지고 후들거리는 증상을 느끼기도 했다. '몸에 이상이 있나'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곧 다시 회복됐기에 피곤해서 그러려니 생각했다. 이씨는 이런 증상을 느끼고 이틀 후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병원에서 막힌 뇌혈관을 뚫는 응급 수술을 받고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오른쪽 팔·다리에 후유증이 남아 움직임이 불편하다. 뇌졸중 발병 전에 느꼈던 일시적 마비 증상을 방치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이씨가 이틀 전 경험했던 증상들은 본격적인 뇌졸중의 경고 신호였다. 그래서 '미니 뇌졸중(일과성 뇌허혈증)'이라 부른다. 뇌졸중은 예고 없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는 이처럼 '뇌혈관에 이상이 있다'고 미리 알려준다. 다만 증상이 짧게는 몇 초에서 몇 분간 지속되다가 대개 몇 시간 안에 사라지기 때문에 알아채지 못하거나 가볍게 여기고 지나가기 쉽다. 일과성 뇌허혈증은 뇌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뇌경색이 잠깐 왔다가 다시 뚫리는 증상이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졸중센터 배희준 교수는 15일 "뇌졸중 환자 가운데 많게는 40%까지 미니 뇌졸중을 경험하는데 3개월 안에 10% 이상에서 본격적인 뇌졸중이 발병하며, 이 중 절반은 미니 뇌졸중을 경험한지 48시간 안에 발생한다"면서 "비록 24시간 이후 증상이 사라지더라도 앞으로 보다 심한 뇌졸중이 발병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하루빨리 뇌 종합검사를 통해 뇌혈관 상태를 점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뒷머리가 자꾸 저리고 목덜미가 뻣뻣해진다. 갑작스레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고, 저림이나 마비 증세가 온다. 입술과 혀가 굳어 말이 어눌해지고 남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 없다. 한쪽 눈이나 양쪽 눈이 흐릿해지며 잘 안 보이고 사물이 두개로 보이기도 한다. 어지럼증을 느끼고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이런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나면 '미니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김진석 과장은 "연령이 높을수록, 미니 뇌졸중 증상 시간이 길수록(특히 1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 한쪽 사지 마비 및 언어 장애가 있을 때 예후가 좋지 않아 뇌졸중(뇌경색)으로 잘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미니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서 좁아져 있는 혈관을 넓혀주거나 혈전(피떡)을 녹여 혈관을 재개통하는 치료를 받으면 2차 뇌경색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가 진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수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진료 환경 때문에 실질적으로 미니 뇌졸중 환자에게 이런 예방적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또 미니 뇌졸중 환자는 당장 중대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응급실을 찾더라도 뇌졸중 전문의 진료를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미국 등 선진국 의료기관들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 뇌졸중의 적극적인 예방 치료를 위해 외래에 '미니 뇌졸중 클리닉'을개설하는 추세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최근 국내 처음으로 외래에 이런 '미니 뇌졸중 클리닉'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뇌졸중 전문의가 상주하며 당일 진료와 검사, 치료를 진행한다.
배 교수는 "뇌졸중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라면 응급실을 방문해야겠지만 증상이 잠시 왔다가 사라진 경우라면 미니 뇌졸중 클리닉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면서 "우리나라에도 미니 뇌졸중 클리닉이 활성화되면 중증 뇌졸중 환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