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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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두넷 | 작성일 :19-02-24 07:50|본문
맥 잡는 법
맥은 온 몸을 흐르는데, 왜 진맥할 때 다른 부위가 아니라 손목만 잡을까?
한의학의 역사로 볼 때 손목을 통해 진맥하는 방법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는 옛날부터 전해오는 진맥법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이 있었음을 설명한다.
아주 옛적에는 세 가지 방법으로 맥을 보았다. 첫째로 12경(經)의 동맥에서 3부(部)를 갈라 장(藏)과 부(府)의 상태를 살펴보았고,
둘째로 팔과 목의 맥으로 안팎 병의 원인을 결정하였으며,
셋째로 손목의 촌구(寸口)의 맥을 보고 오장과 육부와 생사, 길흉을 판단하였다.
하지만 이후에는 대체로 손목의 3부(部) 곧 촌(寸), 관(關), 척(尺) 부위만 진맥하여 병세를 읽는 방법으로 굳어졌다. 왜 그런가?
『동의보감』에서는 그 이유를 '그곳이 기의 변화를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부위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즉, 오장육부의 기미는 모두 위에서 나와 이곳에서 변화되어 나타나고 또 '하루 낮밤에 한 바퀴씩 도는 영혈(營血)과 위기(衛氣)가 돌다가 다시 만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부위만 보고서도 죽고 사는 것, 병의 예후가 좋고 나쁨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한의학에서는 손목의 맥이 몸 전체의 상태를 나타낸다고 가정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손목의 촌, 관, 척이 몸 깊숙한 곳을 표현하는가?
1) 『동의보감』에서는 촌, 관, 척 부위의 깊이에 따라 몸의 안팎에 있는 병세를 알아낸다고 한다.
손목 부위의 표면 부분은 오장육부 중 표면에 있는 육부의 상태(왕성함과 허약함)를 반영하며, 손목 부위의 깊은 부위는 깊숙한 곳에 위치한 오장의 상태(허실과 사생의 징조)를 반영한다.
반면에 중간 부분은 음식물이 모이는 곳으로, 기혈을 만들어내는 근원인 위(胃)의 상태(이곳에 기운이 있으면 살고, 없으면 죽는다)를 반영한다.
이상의 일반적인 방법과 함께 『동의보감』에서는 촌, 관, 척 중 관맥을 중심으로 하여 인영맥(人迎脈)과 기구맥(氣口脈)을 정하여 좀더 세밀하게 오장의 허실, 내상과 외감을 구분하는 이동원(1180~1251)의 설도 소개한다.
그는 '왼손 관맥부의 앞쪽을 인영(人迎), 오른손 관맥부의 앞쪽을 기구(氣口)'로 보았으며, '양쪽 손 관맥부 1푼 떨어진 곳을 신문(神門)'이라 하면서 '간장과 심장의 맥은 왼손에서 나타나며, 비장과 폐장의 맥은 오른손에서 나타난다.
반면에 신장과 명문(命門)은 양손의 척부에서 모두 나타나며, 혼백과 곡신(穀神)은 양쪽손 촌구에서 다 나타난다.'고 하였다.
정상적인 맥과 비정상적인 맥 이른바 정상적인 맥이란 어떤 것인가?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쉴 동안 맥이 네 번 뛰는 것을 말한다. 한 번쯤 더 뛰는 것은 크게 탈이 없다.
하지만 그보다 적게 뛰거나 많이 뛰는 것은 병적인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의보감』은 『맥결(脈訣)』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노래를 싣는다.
숨을 한 번 쉴 동안에 네 번 뛰면 정상
한 번쯤 더 뛰는 것은 크게 탈이 없지만
세 번 뛰는 지맥(遲脈), 두 번 뛰는 패맥(敗脈)은 냉(冷)이 심해 위태롭다
여섯 번 뛰는 삭맥(數脈), 일곱 번 뛰는 극맥(極脈)은 열이 많구나
여덟 번 뛰는 탈맥(脫脈), 아홉 번 뛰는 사맥(死脈), 열 번 뛰면 무덤 파고
열한두 번 뛰면 혼이 이미 나간다네
세 번 뛰면 지맥이요 한두 번은 패맥일세
숨을 두 번 쉴 동안 한 번 뛰면 사맥이로다.
원래 몸의 상태에 따라 병의 맥이 생기는 것이 정상이나 거꾸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건강한 사람에게 병맥이 나타나며, 환자에게서 정상적인 맥이 나타난다거나, 키 큰 사람의 맥이 짧고 키 작은 사람의 맥이 긴 것 따위가 그것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의사는 모름지기 이러한 사항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