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칠상(五勞七傷)과 육극(六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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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11-06-23 16:29|본문
신체의 질병은 보통 허약한 가운데 침투하고, 무예기공학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개념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오로칠상은 오로(五勞)와 칠상(七傷)을 합쳐서 부르는 말이다.
오로(五勞)에 대하여는 몇 가지 설이 있는데, 첫째는 오장(五臟)의 허손(虛損)을 가리킨다. 《증치요결(證治要訣)》에는 “오로(五勞)는 오장(五臟)의 피로(疲勞)이다[五勞者, 五臟之勞也]”라고 하였고, 폐로(肺勞) ․ 간로(肝勞) ․ 심로(心勞) ․ 비로(脾勞) ․ 신로(腎勞)라고 하였다.
《동의보감》과 명나라에서 편찬된 《의학강목》에서는 더 자세히 밝혀 주고 있다. “무엇을 오로라고 하는가? 심로(心勞)는 혈(血)이 손상(損傷)된 것이고, 간로(肝勞)는 신(神)이 손상된 것이며, 비로(脾勞)는 음식에 손상된 것이고, 폐로(肺勞)는 기(氣)가 손상된 것이며, 신로(腎勞)는 정(精)이 손상된 것이다[何謂五勞? 心勞血損, 肝勞神損, 脾勞食損, 肺勞氣損), 腎勞精損]” 라고 하였다. 따라서 오로(五勞)는 심간비폐신(心肝脾肺腎)의 오장(五臟)이 피로하고 손상되어서 생기는 질병인 것이다.
둘째는 5종류의 정지(情志)가 과로(過勞)한 것을 가리킨다. 《제병원후론(諸病源候論)》과 《천금요방》에는 “지로(志勞) ․ 사로(思勞) ․ 심로(心勞) ․ 우로(憂勞) ․ 수로(瘦勞)”라고 하였으니, 마음의 노고(勞苦)와 안일(安逸)이 적절하지 못하여서 생기는 다섯 종류의 손상을 말한다. 노고와 안일이 적절하지 못하면 기혈(氣血)과 근육의 활동이 조화를 잃어서 질병을 야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내경(內經)》의 〈소문(素問) ․ 선명오기편(宣明五氣篇)〉에 나오는 오로소상(五勞所傷)의 설이다. “오래 보면 혈(血)을 상(傷)하게 되고, 오래 누워있으면 기(氣)를 상하게 되며, 오래 앉아 있으면 육(肉)을 상하게 되며, 오래 서 있으면 골(骨)을 상하게 되며, 오래 걸어다니면 근(筋)을 상하게 되니, 이것을 오로소상(五勞所傷)이라고 한다[久視傷血, 久臥傷氣, 久坐傷肉, 久立傷骨, 久行傷筋, 是謂五勞所傷]”라고 하였는데 무예서적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칠상(七傷)은 피로에 의해서 7가지가 손상되어 병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칠상에 대해서도 몇 가지 설이 있는데, 《제병원후론》에서는 ‘남자의 신기(腎氣)가 허약하여 생기는 7가지의 증상’을 가리키고 있다. 음경(陰莖)과 음낭(陰囊)이 찬 음한(陰寒), 음경이 시드는 음위(陰萎), 이질(痢疾)의 증상으로 대변을 하려고 할 때 기다릴 수 없는 이급(裏急), 정(精)이 굳지 못하고 새는 정루(精漏) 또는 정연연(精連連), 정액이 적고 음낭 아래가 축축한 정소(精少)와 음하습(陰下濕), 정액이 맑은 정청(精淸), 소변하기가 힘들고 자주하는데 시원하게 다 누지 못하는 소변고삭(小便苦數)을 나열하고 있다.
《천금요방》에도 이와 비슷한 설명이 있다. 몸에 허손증(虛損證)이 생기게 하는 7가지 원인을 말하기도 하는데, 지나치게 먹으면 비(脾)가 상하고, 몹시 성을 내면 기역(氣逆)하여 간(肝)이 상하고, 억지로 힘으로 쓰서 무거운 것을 들거나, 습지(濕地)에 오래 앉아 있으면 신(腎)이 상하고, 찬 기운을 받거나 찬 것을 마시면 폐(肺)가 상하고, 지나치게 근심하고 생각하면 심(心)이 상하고, 바람과 비와 춥고 더위를 받으면 형체(形體)가 상하고, 몹시 두려워하여 조절하지 못하면 지(志)를 상한다는 것이다.
칠상은 또한 타박(打撲)을 입거나 좌절(挫切)되어서 피부근육(皮膚筋肉)이나 골격에 상처를 입는 것을 지칭하기도 하고, 기후 변화를 가리키는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라는 육음(六淫)의 외사(外邪)로부터 신체를 손상하게 되는 것도 가리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풍(傷風), 상한(傷寒), 상서(傷暑), 상습(傷濕) 등도 칠상이라고 한다. 무예기공학에서 오로칠상이라고 할 때는 일반적으로 모두 첫 번째 설을 가리키고 있다.
육극(六極)은 허로(虛勞)가 극도에 이른 6가지 증상을 말한다. 혈극(血極)은 머리카락이 빠지고 건망(健忘)하며, 근극(筋極)은 근육(筋肉)이 경련(痙攣)하게 된다. 육극(肉極)은 기(肌)에 탄력(彈力)이 없어지고 시들며 누렇게 뜨며, 기극(氣極)은 호흡이 단촉(短促)되고 급한 기침을 하게 된다. 골극(骨極)은 이(齒)가 부실하고 다리가 시드며, 정극(精極)은 눈이 안보이고 귀가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경악전서(景岳全書)》제1권 〈의론〉을 펼쳐 보았는데, 그 첫 구절이 “의(醫)라는 것은 마음이다[醫者 心也]”라고 시작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칠정(七情)은 모두 하나의 마음에서 생기며, 칠기(七氣)는 모두 하나의 기(氣)에 속한다” 라고 하였으니, 질병이 생겨나는 것도, 질병을 치유하는 것도, 결국은 마음이 좌우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요, 정기를 보전하여 건강과 장수를 누리는 것도, 정기를 낭비하여 질병으로 고생하거나 요절하는 것도, 결국은 자기 자신의 마음에서 좌우되는 바가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